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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서평, 니코스 카잔스키 "그리스인 조르바"

by 리치 마운트 2023.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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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서평: "자유, 낭만, 크레타 섬, 나와 죠르바와 오르탕스 부인"  

니코스 카잔스키,이 책표지의 그리스인 조르바 회색 표지그림누군진 몰라도 딱 상상속의 조르바다.

 

한 달에 편지 1장씩 써보려고 한다.

 

조르바를 읽으면서 고등학생인 우리딸에게 편지를 쓴다. 

 

예원이에게  

 

방금 “그리스인 조르바”를 3 page 정도 읽었다. (참고로 하루에 출근 후 9시전까지 또는 점심 먹고 1시전까지 아빠는 책을 읽는다. 하루 10분~30분정도 될 거다.) 

 

이 책은 우리 가족과 파주출판단지에서 구매한 책이고, 구매한 이유는 주변에서 매스미디어 (라디오, 신문, TV) 에서 종종 언급되는 책인데,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영화 아이언 맨처럼 조르바가 주인공 이름인데, 초능력자나 슈퍼히어로는 아닌 듯하고,,,, 그냥 근대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 사는 굉장히 낙천적인 춤잘 추고, 노래 잘 부르고, 예의 없고, 여자 좋아하고, 자유로운 성격의 늙은 어부다. 그러나 젊었을 때 너무나 많은 경험들을 (군인, 의용대, 광부, 장사꾼 등등)을 했기에 싸움부터 논쟁에 이르기까지 화자인 "나 (지식인 이며 붓다를 공부하는 철학자)"를 능가하는 상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갔고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다.      

 

여기까지는 왜 이 책이 언급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없다. 그런데 읽다 보니 조르바라는 이름 앞에 그리스인에 답이 있을 거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리스흥미롭다. 상식적으로 우리가 그리스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조르바를 읽으면서, 굉장히 생소한 근대사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구한말 조선같은 상황에서 조르바가 역사의 격변기 및 혼란기를 겪어낸 사람으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사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삶의 접근법을 보여준다.  

 

1. 그리스의 역사와 독립 배경 

 

그리스는 지정학적으로 유럽남부고 경제적으로는 부유하지 않고, 유럽에서는 후진국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유럽 역사의 시작이고 신화의 고향이다. 하지만 이 나라의 우리가 아는 찬란한 역사는 그리스 아테네 까지다.

 

사실상 로마 이후로는 역사에 존재감을 찾기가 어렵다. 

 

생각해봐라 소크라테스 이후 유럽의 위인열전이나, 유럽전쟁의 역사에 그리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적이 없다? 내 기억으로는 없었다 (“그리스가 왜 이렇게 비중이 적지라고 생각하지도 못 할 정도로 아예 없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로마 이후로 쭉 독립국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중세 이후로 오스만 투르크 (터키)의 지배를 1830년전까지 받았는데, 독립의 배경은 이렇다.

 

나폴레옹 전쟁 후 영국이 몰타 섬을 프랑스로부터 받고, 러시아가 남하하면서 오스만투르크와 전쟁에서 계속 이기며 그리스를 러시아 제국에 편입하려 하고, 그러자 영국과 프랑스가 그리스를 독립시켜서 아예 러시아에 편입되는 것을 막는다. 결국 본인들의 힘으로 독립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러니 2차 세계대전까지도 정치도 혼란하고, 꽤 많은 제국 열강들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자주적인 학문적 연구나 역사적인 업적 이런 모든 게 존재할 수 없었던 거 같다.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한 그리스는 늘 독립국이고 평화롭고 그랬을 거 같은데 실은 근대 대한제국 혹은 일제시대 같은 기간이 1,000년이 넘는다. 1830년대 이후의 그리스는 내가 보기에 열강에 둘러싸인 극도의 혼란기처럼 보인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까지 알아보니 이 캐릭터의 당위성이 납득이 된다.  

 

그 혼란기의 역사가 평범한 한 어부가 현재의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일 줄 알며, 무엇이 인간다운 삶인가?를 "나" (화자)에게 물질적인 소유나 사회적인 인정보다는 경험, 관계,개인의 성장등으로 설명할 수 있게 하진 않았을까? 

 

여튼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며 흥미로왔던 사실은 이런 역사를 내가 몰랐고, 알고 싶어지게 했고 실제로 검색해보게 되었단 거다.

 

2. 오르탕스 부인의 생애와 그리스의 근현대사    

 

조르바는 항상 젊은 여자를 탐하며 오르탕스 부인을 늙은 세이렌, 한물 간 카바레 가수로 비아냥됬지만 그녀에게 청혼으로 마지막 행복을 주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 오르탕스 부인이 주인공 "나" 와 조르바 다음으로 비중이 있었고 그녀에 대한 서사는 다음과 같은 독백으로 오르탕스 부인을 단박에 묘사하고 시대를 풍자한다.

 

"........나는 제독을 사랑했지요. 크레타에 또 한번의 혁명이 있자. 열강 함대가 수다 항에 닻을 내렸어요. 며칠 뒤 나도 거기에다 닻을 내렸답니다. 아 그 장관이라니! 네나라의 제독을 두 분이 봤어야하는 건데..... 영국 해군 제독, 프랑스 해군 제독, 이탈리아 해군 제독, 러시아 해군 제독을.... 모두 금술로 장식한 페이턴드 가죽 구두에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오. 수탉같았지, 12 내지 15 스톤이나 나가는 수탉이었던 셈이죠. 아이고 그 수염, 잿빛 수염, 빨간수염(냄새는 또 얼마나 좋았는지. 모두가 쓰는 향수가 달라서 나는 어둠속에서도 그게 누군지 알아맞힐 수 있었지요. 영국군 제독에게는 오드 콜로뉴 냄새가 났고, 프랑스 제독은 바이올렛, 러시아 제독은 사향냄새, 이탈리아 제독은 패출리 냄새가 났어요. 세상에 그렇게 멋진 수염이 또 있을까. 기가 막혔지요. 

 

몇번인가 우리는 기함에 모여 혁명얘기를 했지요. 제독들의 제복에는 주름하나 없었고, 내 실크 슈미즈 역시 빳빳했어요. 제독이 거기에다 샴페인을 부었으니까요. 아시겠어요. 여름이었어요. 우리는 혁명 이야길 하고 있었어요. 아주 진지한 토론이었어요. 나는 제독들의 수염에 매달려 불쌍한 크레타 사람들을 폭격하지 말아달라고 졸랐어요. 우리는 쌍안경으로 카네아 근처 바위틈에서 /꼼지락거리는 크레타 사람들을 보았어요. 아주아주 작게 보였어요. 파란바지에 노란 구두를 신은 개미같더군요. 마구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요. 깃털도 있었고요."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렀게 멋진 대사 한 묶음으로 정의한다. 

 

3. 조르바와 낯선 곳으로의 여행  

 

소설의 배경은 에게해 남쪽 크레타 섬이다. 젊은 지식인이며 붓다의 해탈을 꿈꾸는 "나" (화자)가 유산으로 상속받은 크레타 섬의 갈탄 광산으로 향하고, 개발 운영을 위한 탄광 십장으로서 조르바를 고용한다. 조르바와 나는 오르탕스 부인의 여인숙에서 거주하고, 조르바는 숙소 관리 및 식사, 광산 개발 문제 해결등의 업무를 맡는다. 

 

마을 사람들과 엮여 광산개발 문제 해결에도 자신의 소신껏 문제를 해결하고, 춤, 노래, 여성편력에 더한 그의 싸움 능력도 보여준다. 에게해의 금빛 모래와 햇살에 더하여 어려운 문제와 갈등상황에서도 조르바는 "나"에게 맛난것을 먹고, 춤추고 노래하며 타인에 대해 이해하고 사랑할 것을 충고한다. 

 

조르바의 말과 행동은 거칠 것이 없이 자유로우며, 학자인 척 하는 나를 압도한다. 때때로 강렬한 깨달음을 주며, 내가 그에게 의지하고 인생에 대하여 배우고 있음을 깨닫는다. 

 

수도원의 살인 사건과 젊은 과부의 죽음에 대해서도 조르바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책은 조르바가 고안안 광산 케이블카 작업의 붕괴와 오르탕스 부인의 죽음과 함께 마무리 된다. 오르탕스 부인에 대한 조르바의 사랑은 단지 그의 여성편력일지 몰라도 그녀의 죽음에 대한 그의 진심어린 안타까움과 연민은 우리가 늘 그러해야만 하나 그러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크레타 섬에 대한 환상에 빠졌다. 그에 더해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조르바가 산투리를 뜯으며, 노래하고 춤추는 금빛 바닷가,,,,, 나 또한 그와 함께 춤추며 크레타섬의 풍광을 느끼며 덥고 습한 새벽공기를 느낀다. 

 

이 책은 나에게 또하나의 여행이었고, 나의 버킷리스트에 "크레타 섬 여행"을 추가하게 해주었다.          

 

조르바를 읽을때 희한한 건, 고전답게 고어적인 단어와 낯선 투박한 표현이 쑥쑥 넘어가게 하지 않음에도, 30분간 읽으면 정신이 맑아지며, 집중력이 늘어나는 느낌이 있다. (와이프가 먹으라고 준 “Alive multi vitamin”을 먹고 난 느낌과 같다.)

 

그리스의 역사와 크레타의 낯 선 배경이 주의를 환기시켜 준다. 이건 낯선 곳으로의 여행같은 거다. 

 

항상 독서할 수 있을까? 예원, 고3이거나 코로나 시대에도 우리는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늘 시간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늘 손에 쥐고 틈나는 대로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시간의 낭비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마음에 위안을 주고, 하려고 하는 공부를 더욱 효율적으로 편하게 할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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