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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서평, 김효연 "불편한 편의점"

by 리치 마운트 2023.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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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서평: "늘 주변을 이상하게 환하게 밝혀주고 위로가 되는 친구가 있다. 고맙다."     

 

작가 김호연

 

작년에 우리 둘째가 즐겨보고 권해서, 전 올해 보게 되었네요. 그리고 기숙사에서 돌아와 방학을 보내고 있는 우리 고3 큰딸은 2021년에 봤다고 합니다. 저 말고 2년간 저희 가족이 다 본 책이네요. 요즘 작가의 유명세로 인해 또는 화제성 있는 제목으로 바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와 참 다른거 같습니다. ^^ 

 

에피소드와 등장인물 별 챕터 구성은 조만간 드라마로 나올 수 있겠구나라는 예상을 해봅니다. 책 속 극작가 인정이 편의점과 독고를 소재로 희곡 작품을 쓰려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아마 벌써 각색해서 작업을 시작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속의 첫 문장이 중요하다고 하며, 그래서 종종 성경의 한 구절을 챕터의 시작에 별도로 인용하여, 주의를 환기 시키기도 하고, 챕터의 내용을 살짝 예상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또는 안나카레니나 처럼 책 전체의 주제와 캐릭터, 서사를 요약해주기도 합니다. 최근에 쇼킹했던 소설의 첫 문장은 아버지의 해방일지였죠. (전봇대라니,,,,,,,,^^) 

 

근데 이책은 마지막 문장이 더욱 와닫는 것 같습니다.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나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

..........................

기차가 강을 건넜다. 눈물이 멈췄다.  

 

요즘 핫한 베스트셀러에 대한 살짝 기대와 달리 불편한 편의점에서는 초반부는 좀 일반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경만의 참참참 에피소드에서는 "이런 대화"라니 깜짝 놀랐네요. 누구든 공감할 수 있고, 감동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책을 보며, 눈시울이 젖어들었습니다. 내가 경만과 같은 두 딸을 둔 아빠라서, 마침 듣고 있던 노래가 "맨날 술이야" (장혜리, 나는 가수다 베스트 중에서)여서, 요즘 우울증에 괴로워하고 있는 친구가 생각나서 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각 장의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캐릭터가 화자가 되어 진행되는데요. 줄거리와 각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독고와 남여사 그리고 아들 민식 

 

국사 교사로 정년퇴직하고 청파동 동네에서 작은 편의정 남여사는 어느 날 지갑과 신분증이 든 파우치를 읽어버리고, 서울역에 찾으러 오면 지갑을 돌려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약속장소로 간다. 곰같은 독고가 돌려줄 지갑을 2명의 노숙자에 맞아가며 지킨 후, 돌려주자 웬지 모를 신뢰와 믿음이 생겨, 편의점 야간 알바를 구하기 어려운 참에 설득하여 일을 맡긴다. 

 

독고는 겨울을 나기에도 좋고, 폐기 시간이 바로 지난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좋을 것 같아, 야간 알바를 수락한다.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을 깍고, 목욕을 하고 편의점 알바를 시작한 독고는 술을 끊기 위해 옥수수 수염차를 위스키처럼 마신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에 대한 기억은 없고, 행동은 꿈뜨고, 말은 어수룩하다. 하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 

 

남 여사는 노년 자금으로 편의점을 운영하며 녹녹치 않음을 느낀다. 그러나 편의점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직원들을 걱정하며, 나름 보람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겐 이혼하고 사업에도 실패하여, 늘 근심거리인 아들 민식이 있고, 덕택에 안마시던 맥주도 매일 한 캔씩 마시고 잠이 든다. 

 

훗날 아들은 에일맥주 양조장 사업장을 하겠다며, 편의점을 팔아 자금을 대줄 것을 종용하지만 독고 덕택에 아들 민식과 사진도 찍고, 민식은 또 다시 사기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2. 서현/ 오여사 

 

서현은 아침 근무를 하며, 저녁엔 공무원 학원을 다니고 공부하는 공시생이다. 엄정한 취준생에, 늘 생계와 공무원 시험을 걱정하며 살지만, 싹싹하고 밝고 명량한 성격으로 열심히 편의점 근무를 하고, 처음엔 독고에 대한 선입견으로 남여사에게 불평하였지만, 독고의 남을 배려하는 모습과 나름 스마트한 모습에 경계심을 풀고, 초기 업무 교육을 맡는다. 

 

독고는 서현의 설명이 정말 쉽고, 천천히 잘 설명해줘서 금방 업무에 익숙해졌다며, 모든 편의점 알바를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격려해주고, 서현은 시간을 내어 유튜브에 편의점 업무 교육 영상을 만들며, 많은 호응을 얻고, 심지어 여러개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인근 사업주에게 점장으로 스카웃 제의를 받고 남여사와 편의점 식구들의 응원을 받으며 이직도 하게 된다. 

 

오여사는 오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편의점 직원이고 남 여사의 교회 지인이기도 하다. 독고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지만, 독고가 오전에 동네 할머니들에게 원프러스원 제품 설명해주고, 직접 배달도 해주며 오전 매출을 올리는 모습을 보며, 경계심을 풀게 된다. 오여사의 아들은 명문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그만두고, 영화관련 일을 하고, 비트코인을 하다 실패하고는 집에 틀여밖혀, 겉으론 외무공무원 준비하겠다고 하면서, 게임만 하고 있다.

 

오여사는 남편과 더불어 아들까지 루저와 같은 삶을 사는 모습에 독고에게 넋두리를 하고, 독고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라며, 그리고 오늘 밤 삼각김밥과 함께, 편지를 아들에게 주라고 충고해주고, 알들과 화해하게 된다.         

 

3. 경만 / 인정 /흥신소 곽씨 

 

경만은 매일 저녁 퇴근 후 참참참 (참깨 라면, 참치 김밥, 참이슬) 세트로 자기위로를 하며, 편의점 야외 테이블이 유일한 자기만의 시간의 안식처로 생각한다. 젊었을때와 달리 체력은 떨어지고, 회사에선 실적도 좋지 않고, 연봉도 수년째 오르지 않고 있다. 집에선 쌍둥이 딸에게도, 아내와도 멀어지고 있다. 

 

어느날 독고는 온풍기를 들고와 틀어주기도 하고, 다른 편의점과는 다른 느낌이다. 옥수수 수염차에 얼음을 띄여 컵에 담아 술대신 먹어볼라고 권하기도 한다. 나도 그렇게 술을 끊었다고,,,,, 건방지고 알지도 못하면서 끼어든다고 생각한 경만은 한참을 독고의 편의점을 피해서 퇴근한다. 그러다 참참참이 놓인 야외테이블을 보게 되고, 옥수수 수염차를 마시며 독고와 대화를 한다.

 

독고의 충고에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며, 뭐라도 사야겠다고 생각한 경만은 술을 들고 계산대로 가고, 독고는 그거대신 초콜렛 1+1 이라 싸고, 이쁘고 똑같이 생긴 아이들이 그걸 좋아한다고 그걸 사가라고 권하고, 최근에는 1+1이 아니라서 사가지 못했다고 얘기해준다. 그리고 아이들 엄마가 아빠가 열심히 버신 돈 아껴야 된다고. 경만은 이후 술도 끊고 가족과 화목한 생활을 회복한다. 

 

인정은 연극배우를 하다가 희곡이 당선되어 극작가가 되었지만, 글이 써지지 않아, 마지막으로 3개월만 글을 써보자고 결심하고, 편의점 인근 지인이 쓰라고 빌려준 빌라에 작업실을 두고, 새벽엔 편의점에 들른다.

 

마땅한 소재는 없고, 근데 독고의 캐릭터가 일반적인지 않고 독특한데다, 배려같긴 한데, 불편한 편의점에 오고 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면 좋겠다 싶어 독고를 취재하기로 결심하고, 글을 다시 쓸 수 있는 자신감을 갖는다. 

 

이후 남여사의 아들 민식은 후배 기봉이 에일 맥주 양조장 사업을 하자는 제의에 편의점에 들러 아들임을 알리고 계산을 하지 않으려다 독고의 어머니가 아프신데 뭐하냐는 충고를 듣게 되고, 흥신소 곽씨를 고용하여 독고의 뒤를 캔다. 

 

곽씨는 독고가 서울역을 배회하다가 강남의 성형외과에 들르자, 그의 뒤를 캐려다 오히려 성형외과 원장의 협박을 받고 독고의 현재를 알려준다. 

 

편의점으로 돌아온 곽씨는 편의점 외부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다. 독고의 히터 서비스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독고가 편의점을 떠난 야간 알바를 대신하기로 한다. 

 

독고는 코로나가 창궐한 대구에서 의료 봉사를 하기로 하고 결심하고 남여사의 배웅과 함께 편의점을 떠난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내용들 천지다. 하지만 각 에피소드속 등장인물들은 정말 우리곁에 항상 존재하는 개인적인 문제들을 갖고 있는 보편적 인물들이다. 사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진실한 배려와 상대방에게 조건 없는 친절을 배풀면 상처받은 사람들은 치유되고, 사회는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생긴다. 

 

계획적이지 않아도, 내 마음이 가는데로 상대방을 배려한다면, 우리들 속의 남여사가 독고를 구원한 것처럼, 그리고 독고가 서현을 돕고, 오여사를 위로하고, 경만의 가족을 화목하게 만들고, 남여사와 아들 민식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독고는 남들에 대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었다. 

 

불편한 편의점 2권은 아무래도 조금 지난 후에 읽고 싶다. 아직은 1권의 여흥을 좀 더 음미해보고 싶다. 

 

만약 누군가 상처 받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으로 위로를 받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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