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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운전자의 비상 깜박이에 위로받다. (양보운전의 미덕)

by 리치 마운트 202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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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순환도로의 시흥톨게이트~장수 IC 구간, 출근 길에도 퇴근 길에도 언제나 1년 365일 막히는 길이다.

 

이 구간은 아마도 개통한 그날부터 지금까지 막히는 길이 될 숙명이었을 것이다. (장수 IC: 영동고속도로와 외곽순환도로의 연결이라는 막중한 임무로 인해,,,,,><) 

 

시흥톨게이트를 지나 다시 본선으로 합류하는 길에선 차들은 8차선에서 4차선으로 줄어든 길로 누군가는 들어오고 누군가는 시흥/부천 방향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1차선 시흥 IC로 진입하고, 누군가는 외곽순환도로로 진입하기 위해서, 교차한다.

 

들어오고 나가는 순리대로, 내 차례를 기다리다 서로 갈길에 합류하면 된다.

 

운전에 익숙한 (막히는 길에 익숙한?) 사람들은 기다리는 데 내성이 있고, 묵시적으로 한 차 빠지고 한 차 들어가고에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물론 약간의 과감함 (?)도 필요하다. 너무 천천히 들어가면 뒷차가 약간 짜증날거고, 합류하려는 라인에 있는 차는 오해할 수 있다. "난 지나가도 되나? 또는 난 얼른 붙어서 먼저 가야지!" 라는 오해를 살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초보운전자는 과감하지 못하다. 내 차례인건 같은데, 공간이 없다. 다음 기회로 패스, 그런데 다음 차도 자연스럽게 공간을 주지 않는다. 그럴 때 초보운전자는 당혹스럽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초보운전자의 차 뒤에서도 경적을 울리기 시작한다. 

 

7월이었다. 무척 더운 날이었고, 더워서 차가 더 막히는지는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외곽순환도로 의왕 IC에서 출발해서 도리 분기점을 지난 후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시흥 톨게이트까지 1시간,,,,, 역대급이었더랬다. 시흥톨게이트는 더 막히겠지........ 짜증이 몰려온다. 

 

시흥톨게이트에 진입했다. 예상대로 도로는 평소보다 더 막힌다. 인내심을 최대한 끌어올려 나를 수양한다. 

 

그러다, 시흥 IC에서 외곽 순환도로로 합류하는 라인에서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는 초보운전자의 차량이 보였다. 비정하게도 아무도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 초보운전자는 과감하게 공간을 진입하지 못한다. 

 

아마도 모두들 지나치게 막히던 오늘은 과감하게 들어오겠다는 움직임이 없으면, 오늘만큼은 양보보다는 빨리가려는 마음이 앞서는 듯 했다. '모두들 초보였던 시절이 있었을텐데,,,,,, 오늘은 미안하지만 내가 먼저다.'

 

내 차례다. 서행하다가 브레이크를 잡고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내차가 한참을 (그래봤자 1~2초 정도라고 생각한다.) 움직이지 않자, 그제야 그 초보운전자는 안심하고 천천히 내 앞으로 들어온다.

 

끼어들기 완료!!!^^ 비상 깜빡이를 켜고 감사를 표한다. 

 

그런데 창문을 내린다. 그리고는 거의 울것 같은 표정으로 창문 밖으로 머리가 나올 정도로 인사를 하신다. --!!! 

 

갑자기 기분이 묘해진다. (내가 좋은 일을 했구나.^^) 존경 받은 기분과 요즘 웬지 잘 살고 있지 않은 듯 해서 내자신에게 불만족스러웠는데, 엄청난 위로와 감사를 받은 느낌이었다.

 

"아, 나 그럭저럭 잘 살고 있구나,,,,,,내가 최소한의 인격은 갖고 살고 있구나...." 

 

그날 오는 내내 차가 너무 막혀서 짜증도 나고, 피곤했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스트레스가 풀렸다. 

 

나의 작은 양보로 그분도 안전하게 귀가 하셨겠지만, 웬지 덕분에 내가 더 훨씬 큰 위로를 받은 것 같다. 

 

양보운전을 하고 적정 안전 거리를 유지하면 교통체증도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교통이란 물의 흐름과 같아서 자연스럽게 끼워주고, 뒷사람 브레이크 밟지 않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덤으로 나의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고, 누군가의 위로를 받을 수 있을것 같다.^^ 

 

'좋은 사람으로 잘 살고 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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