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완 15일차 글력이 늘어가는 걸 미세하게 나마 느끼고 있다. 공감이 10개 이상인 글도 늘었다.
무엇보다도 글 쓸 주제를 생각하다 보니, 평소에 지나쳤던 부분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인생에 21가지 이야기 거리가 없겠는가?
오블완 주제를 추억으로 미분해보자. 사연이 있고 노래가 있고, 우정이 있고 사랑이 있다. 수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다. 단, 개인적으로 예술은 없다.
당신의 18번은 무엇인가?
우선 최초로 음악을 스트레오로 들었던 적은 언제였을까?
1986년 아버지께서 무슨 이유에선지 더블데크 산요 스트레오 카세트를 사시고, 들으라고 주셨다. 당시로 말하자면 더블데크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어야 노래를 복사할 수 있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복사해서 개인별 컴필레이션 테이프를 만들고, 그걸 더블데크로 복사해서 친구들과 주고 받던 추억이 있다.
그 더블데크 카세트플레이어로 처음 들었던 노래는 다섯 손가락의 새벽기차였던 것 같고, 부활의 "희야"를 처음 듣고 완전히 부활의 팬이 되었기도 했다. 요즘은 모르겠으나, 그 시절 처음 완벽학 스트레오 카세트플레이어로 듣는 음악은 중학생에게 신세계였다. 그리고 소니의 워크맨과 와이와, 산요의 금속성 있는 미니 카세트플레이어도 인기였는데, 당시 기준 20만원~30만원 선이었던 것 같고, 10명 중 3명은 일제, 10명 중 3명은 삼성 마이마이나 엘지의 카세트플레이어를 갖고 있었고, 10명 중 4명은 친구거 빌려 들었던 것 같다. (지역마다 틀리겠지만, 참고로 서울 강동구 기준)
이런 이야기를 우리 둘째, Y2에게 해주면 그 시절 참 음악듣기 힘들었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우린 더 많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거리엔 수많은 리어카에서 파는 인기가요 불법 복제 테이프가 1,000원에서 2,000원 선에서 팔고 있었고, 가장 큰 사운드로 노래를 틀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엔 어땠는가? 거리거리마다 캐롤이 울려퍼진다.
그 당시 저작권에 대한 단속이 없지는 안았지만, 그 걸 걸고 넘어가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니었고,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노래가 거리에서 들리면, 비로소 유명해졌음을 성공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관용, 똘레랑스 인가?
1987년의 겨울, 11월이었던 것 같다. 안경점에서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를 듣고 있는데,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에가 흘러 나왔다. 그날의 공기와 날씨가 감정을 배가시켜주고 있었다.
이후에 그가 싱어송라이터로서 1집을 모두 작사/작곡했으며, 그 노래들이 데뷔 음반이자, 유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됬다. 전설이 되었다. 그 1집에 모든 노래들이 다 좋았다. 그 당시 우린 거의 모두 그 1집 테이프를 갖고 있었고, 자주 사는 인기가요 20과는 달리 그 1집은 모두의 소장품이 되었다.
그후로도 이 노래는 고등학교 내내, 대학교 내내 이후, 카세트 플레이어가 아닌 CD 플레이어, MP3의 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스트리밍의 시대에도 자주 듣게 된다.
물론 노래방에서도 종종 불렸으나 이건 회식용이 아닌지라 친구들과 밤새 노래방에서 놀때만 한번씩 불러주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