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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완] 부모님을 위한 반려견 (노령화와 반려견)

by 리치 마운트 2024.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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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유모차보다 강아지 캐리어를 더 많이 마주친다.

 

그러면 혹자는 말한다. "큰일이라고 아이는 낳지 않고 개만 키운다고...." 물론 저출산과 반려견은 하등 상관이 없다. 저출산 문제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교육적, 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얼켜 있는 매우 복합적인 고차원 방정식이다. 

 

산책하다가 하얀 진도개 혹은 진도 믹스견을 보면, 옛날 결혼 전 화곡동에서 키우던 우리 백구, "재롱이"가 생각난다.

 

회사에서 개를 좋아하던 동료 직원이 준 새끼 강아지였다. 아버지는 개 싫다고 집에 데려오지 말라고 하셨는데, 일단 집에 갖고 갔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싫어하시면 몇 일 있다가 다시 동료 직원에게 돌려 줄 생각이었다. 

 

다음날 새벽 아버지가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시는데, 이 녀석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시는 아버지를 현관에서부터 기다리고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이 녀석에게 푹 빠졌다. 그리곤 "재롱이"라고 귀여운 이름을 지어주었다.  

 

부모님이 식사할 때, 고기를 던저주면 맛있게 먹는 모습에 아버지는 고깃국에 고기를 드시지 못했고, 짬뽕을 드실 땐 오징어를 다 건져 주셨다. 그리고 부모님이 주무실 땐, 아버지와 어머니의 다리 사이에서 자곤 했고, 그게 아버진 그렇게 기특하고 귀여우셨던 것 같다. 

 

재롱이가 들어오기 전, 아버지는 술을 많이 드시면 항상 주사가 있으셨는데 없어졌다. 그게 아버지가 나이를 드셔서 인지, 강아지 때문인지는 지금도 알 수가 없다. 

 

내가 결혼을 하고 시간이 지나 어머니께서 뇌졸중으로 10년 간 누워 계셨고, 아버진 집에서 어머니를 돌보셨다. 가끔 힘드시진 않으신지 여쭤보면, 재롱이 때문에 웃는다고 하셨고, 재롱이가 낮에 잘 때는 엄마 침대 밑에서 자며, 엄마가 불편한 인기척이 있으면 아버지에게 달려와 알려준다고 하시며 기특해 하셨다.                 

진돗개, 출처: e영상 역사관, 진도개 품평회

 

그렇게 혼자 어머니를 보시는 아버지가 늘 걱정이었는데 재롱이가 있어서, 아버지가 많이 위로를 받으시고, 웃고, 서로를 의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달 전에 재롱이가 집 밖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진 한 달을 화곡동 구석구석 온 동네를 찾아다니셨지만 찾을 수 없었다. 

 

요즘 아버지를 뵈면 강아지 다시 키우시라 해도, 손 많이 간다고 싫다고 하신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조만간 흰 진도개 한 마리 다시 선물해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부모님이 홀로 계시면, 반려견 한 마리 키우시면 많이 적적하지 않고 좋을 것 같다. 

 

그때 당시 우리 큰 아이 Y1이 아장아장 걸음마 할 때, 화곡동에 데리고 가면, 재롱이는 꼬리를 잡고 흔들어도 짖지 않고 피하기만 했다. 우리 집에 귀한 보물인 걸 알아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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